항상 뭘 해야할지가 나의 큰 고민이었다.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공부하고 살아야할지...
이렇게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던 것이 올 해 상반기를 좀 날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비록 의욕은 없지만 그럼에도 개발을 쭉 하고 싶다는 마음은 일관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활활 불타진 않더라도 컴공을 전공하며 이후로 한번도 전공이 싫다는 생각은 안했으니.. 오히려 즐거웠고 내가 공부해온 것들 중 제일 재미있다.
개발에 대한 의지는 남들에 비해 작더라도 내겐 늘 존재했던 것이고, 그래서 느리더라도 간간히 찾아봤던 것 같다.
우선 개발을 한다고 치면, 뭘 해야할지부터 생각을 해봤다.
웹 프론트엔드, 백엔드, 게임개발, webGL, 데이터 분석....
난 학교를 다니면서 사실 웹에 관심이 없었다.
살면서 아예 웹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다. 중학생 때는 웹 디자이너를 꿈으로 적을 정도로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닷홈 호스팅을 이용해 개인 홈페이지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그때 처음 html과 css를 접해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막상 전공삼으니 왠지 더 다양한 걸 배워보고 싶었다. (그냥 홍대병임)
그래서 그 당시 선택했던 길이 한창 핫했던(지금도 핫한..) 빅데이터, 그리고 가상현실(VR)을 배우는 것이었다.
근데 난 전공 배우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 외에도 컴공이라면 들어야한다는 과목들은 그냥 몽땅 수강했다.
(좀 뜬금없지만 그래서 백엔드 개발하는 게 차라리 나은가 싶기도?하다....)
그렇게 몽땅 다 배워보며 그 당시에도 계속 고민했다.
다 재미는 있는데... 그래서 난 어디로 취업해야하지?!
특출하게 재미있던 건 사실 개발이 아니라 이론 공부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수업을 들으면서 이론적인 내용을 흡수하는게 확실히 재미있다.
그래서 더 진로를 고민했던 것 같다. 애초에 개발 자체가 재미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분야를 고민하다가 한번 기회가 생겼을 때 질러보았더니,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학부 연구생이 되었다.
그 이후로 꽤 재미있게 공부를 했다. 어렵긴 했지만 그만큼 학부수준에서 따로 공부하기 힘든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4학년이 되어 졸업 프로젝트 겸 기업 협업 프로젝트로 PACS (의료 영상 전송 시스템) 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게 왠걸 WebGL 기반이라고 자바스크립트로 개발을 해야한다네....
웹 과목 거의 듣지도 않았던 나한테 웹 개발을 하라고 하네....
개인적으로 파이썬, 자바스크립트를 안좋아했기 때문에(타입 지정 안하는 거랑 문법 결이 달라서 좀 스트레스 받음)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었다.
짜증났던 일화 : 코드에 [...arr, newArr] 이런게 있길래 저 '...'이 몰라서 인터넷에 '자바스크립트 ...' 검색했더니 검색 결과 안나옴 ㅋㅋㅋㅋㅋㅋ 내가 '...' 이게 '스프레드 연산자' 인걸 어떻게 아냐고 나처럼 아예 모르는 사람은 검색 어떻게 하라고....하 ㅠㅠ 화살표 함수는 또 뭐고.. 뭘 자꾸 오른쪽으로 쏴대는거야(?)
자바랑 C++만 해왔던 나에게 함수형 프로그래밍이랑 ES6 문법은 너무 새로운 개념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음...
프로젝트가 다 끝나갈 때에도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던 상태였다.
그냥 기존 코드 보면서 눈치 껏 문법에 틀리지만 않도록, 정말 맡은 기능을 구현하는 정도만 했다. (그마저도 가이드라인 다 받고 진짜 꾸역꾸역 했음)
거기다가 뭔 구글에 검색해도 정보가 잘 나오지도 않는 vtk.js라는 라이브러리를 주로 사용해야했어서 더 힘들었다...
자바스크립트 문법 스트레스 + vtk 정보 극악 스트레스 + 개발 원래 잘 못함
이 모든게 합쳐져서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당시 나에겐 너무 고통 그자체였음...
와 심지어 그 땐 git도 아예 몰랐어 ㅋㅋㅋㅋ 그냥 다 몰랐다
그래서 휴학까지 했다.....(?)
그러면서 좀 느꼈던 점들이 몇 개 있었다.
1. 웹 개발은 언제 어떻게 해서든 결국 한번 쯤 겪게 될 수 있겠구나.
2. 코드도 많이 작성하고 경험이 더 많아져야 개발실력이 늘겠구나.
3. 소통의 중요성............
내가 한창 자바 배울 때 교수님이 웹은 그냥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말을 늘 달고 살았다.
그 땐 대충 귓구멍 긁으며 응 난 웹 안할거야~ 하고 흘려넘겼다가 내가 된통 웹 개발을 당하고 나니 깨달았다...
현대인이라면 웹이라는 플랫폼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PACS를 웹 기반으로 개발했던 이유도 접근성 때문이었다. 그냥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면 각 운영체제와 환경을 고려해야하고, 설치를 해야하지만 웹은 그냥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웹은 내 최종 진로가 아니더라도 꼭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제대로 된 프로젝트 협업 경험이 없다보니(사실 팀플은 은근 많았는데 개발에 의욕있는 팀원이 거의 없었음..) 정말 개판으로 소통하고 개판으로 개발했다.
그냥 모르면 빨리 물어보고 상황 공유를 빠르게 하면 될 일을 나 혼자서 끙끙 앓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난 더 자괴감와서 더 못하고 아무튼 정말 바보같았다.
저 스프레드 연산자도 그냥 철판깔고 선배 언니한테 다 알려달라고 하면 좋았을 것을...
아직도 날 담당해주셨던 언니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 뿐이다................ㅜ
이런 여러 깨달음과 개발을 계속 해야할지(저 프로젝트에서 너무 자괴감 느껴서 개발 포기해야하나 싶었음ㅋㅋㅋㅋ) 고민을 하다가 결국 복학할 때가 되었구 난 마지막 학기에 리액트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 때 좀 숨이 트였던 것 같다.
저 연구원 프로젝트 하면서 끝내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이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우니까 해소가 되는 기분?
함수형 프로그래밍이라는 개념조차 몰랐는데 수업 들으면서 첨 알았다.
내가 특히 프로젝트 하면서 정말 이해 못했던 게, 파라미터에 화살표 함수를 넣는 문법이었는데 (함수 인자로 함수를 주는 걸 못 받아들임) 비로소 그런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기초가 어느정도 쌓이고 개발을 하니 훨씬 재미있었다.
난 한번도 개발을 잘 해본적이 없었는데, 그 때 기말 프로젝트를 정말 난생 처음으로 잘 끝냈다는 생각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한건데 점점 리액트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는 것에 꽤 흥미를 느꼈다.
무엇보다 웹 프론트엔드 개발은 정말 눈에 바로 보여지는 결과물이 있으니 나에게 나름 적합한 진로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그래픽스도 눈에 보여지는 결과물이 좋아서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크게 발전했다. 언니에게 꽤나 큰 민폐를 끼쳤던 과거의 역사를 번복하지 않기위해...
그냥 무슨일이 있든 단톡방을 정말 많이 애용했다.
일단 다 의견 물어보고, 버그 픽스 한 내용 상세하게 공유하고,
그냥 상황 설명에 대한 말을 많이 한 것 뿐인데 훨씬 상황이 좋아졌다.
특히 휴학하면서 시작한 공차 일이 더욱 소통방식에 도움이 되었다.
신입 교육을 많이 하면서.. 내가 어떻게 사람과 소통하고 이끌어야 더 일의 효율이 더 늘어나는지를 직접 부딪히며 많이 깨달았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진로를 정하며...
나는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휴학했던 나날의 삶과 다를 게 없이 놀았다....
정해진 규격의 삶 없이 혼자 공부하려니까 감도 안잡히고 의욕도 점점 사라졌다.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점점 뭔가를 안하니까 다시 쓸데없는 고민만 생겼다.
내가 개발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정말 개발자를 하는게 맞나?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며)
그래도 의지가 간신히 생길 때마다 회사 공고를 찾아봤다. 그런데 찾아볼 수록 난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만 많이 느꼈다.
node.js ? next.js ? 백엔드와의 협업? rest api? 난 전부 모른다 진지하게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봐도 모름 사실 글쓰고있는 지금도 이해 잘 못하고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필수 면접 질문들 보는데 브라우저 렌더링 원리? 진짜 모름 var,let,const차이? 이..이게 그정도로 중요한가??? 진짜 몰라도 너무 몰랐다....
갑자기 느껴지는 현실에 다시 현실을 회피하다가 마주하다가 반복을 하다가
개발을 포기하긴 싫은데, 혼자서는 도저히 못하겠고,
부캠을 듣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프로그래머스에서 운영하는 프론트엔드 데브코스를 발견하고, 진짜 간절한 마음으로 자소서도 쓰고 코테 연습도 열심히 했더니 결국 붙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MIL 작성하며 적는 것으로....
사실 이 글은 MIL만 작성하려고 한건데, 왜 웹 프론트엔드 개발을 진로로 정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다가 길어졌다... 그래서 나눠서 작성했다.
난 왤케 이런 얘기 주절거리는 걸 좋아할까 (ㅋㅋ)